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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다.
난 항상 밤이 좋다. 그냥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하루를 되돌아볼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남들이 쓰고있는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기도 하다. 야심한 밤이 되기도 하고 이제 2013년도 얼마 안남은 상태에서 잠깐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사실 작년 12월 31일에는 을왕리 해수욕장에 다녀왔다. 그때 일몰을 보면서 든 생각은 "과연 1년뒤의 내 모습은 어떨까" 였다.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봤을 것이다. 자신의 내일도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서 당장 하루만 지나면 연도가 바뀌는데 그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날이 얼마 안남는다는 건은 정말 생각할 틈도 안 줄 만큼 너무 빠르게 가버린다. 뭐 나야 이미 대학원 진로가 결정되어버렸으니 당분간은 학교에 있겠지만 적어도 1년뒤에는 내가 어떤 모습으로 지내고 있을지 궁금하긴했다. 그러고 이제 그날이 다가왔다.
지금 모습에 만족하나? 솔직히 내 대답은 "아니오"다. 지난 1년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정말로 똑똑한 사람들도 보고, 그 사람들보면서 내 한계가 너무 많이 느껴졌다. 물론 난 여기오기전까지는 1년동안 쉰 케이스고, 전공도 바꾼 케이스이긴 했지만 그걸 논외로 치더라도 내가 알고 있는건 정말 세상 전부의 아주 일부분도 안된다는 사실이 와닿았다. 그래도 좋았던 건 아직 학생이라는 신분이었다. 그래서 무언가를 배우는 것에 대한 근거도 생기고, 그걸 핑계로 이것저것 새로운 것을 익혀왔던 것 같다. 그래서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렇게 진로를 선택했던 것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만족한다. 물론 당장 사회에 나가기엔 실력도 부족하고, 실수 투성이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의 경험과 배움은 언젠가는 써먹을 수 있을만한 중요한 자산이 될거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여기서 느낀 건 "책임감"이라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존재하는 이유가 있고, 각자의 역할이 존재한다. 나도 연구실 내에서 내 역할이 있는 것이고,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로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그걸 충분히 이행하지 못했을 때 느끼는 부담감도 느낀다. 지금도 뭔가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계속 지고 살아가는 느낌을 받는다. 그게 프로젝트던 개인적인 공부던, 누구의 부탁이던간에... 그걸 빨리 해야 되겠다는 부담감과 그걸 못했을때 그 대상이 나한테 느끼는 실망감이 미리 전해지는 거 같아서 계속 뭔가를 해야한다는 느낌이 항상 느껴진다. 그게 특별히 많이 느껴지던게 올 한해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도 최고로 만족했던건 노력했던 것만큼은 뭔가가 나오고 있다는 것을 보고 있을 때이다. 적어도 뭔가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면 적어도 상대방이 인정할만한 뭔가는 꼭 나온다는 걸 많이 느낀다. 그 와중에 나만의 목표를 이루는 것만큼 기쁨을 느끼고, 또 뭔가를 해야 되겠다는 의욕이 생긴다. 그게 날 계속 뭔가를 시도하게끔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본다.
어차피 사는 것도 바다를 여행하는 것과 같다. 1년뒤의 내 모습을 상상하는 건 어쩌면 지금 위치에서 저 바다너머 지평선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고, 어차피 흐름이 가는대로 그 지평선이 위치했던 곳에 이르기 마련이다.하지만 사람인 이상 그 지평선 너머가 항상 궁금하는게 당연할 것이고, 지금 내 위치도 그렇다. 그런데 일단 반쯤 온 이상 이제 중요한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냐 인 듯 하다. 목적지가 정해진 만큼 적어도 수월한 길도 있을 것이고, 혹은 태풍우가 있는 방향도 있을 것이다.
그런 나한테 필요한 건 뭔가를 대비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적어도 바람을 읽을 수 있다면, 혹은 수온을 잴 수 있다면 그래도 남들보다 조금더 빨리 더 멀리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와중에 겪는 어려움도 있겠지만 그래도 아직은 뭔가를 배우는 단계니까... 아마 1년뒤의 모습은 그런것에 익숙하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적어도 내 목표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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