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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학교에 정장입은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길래 무슨 일인가 싶었다. 물어보니 대학원 면접날이었다.
문득 1년전이 떠오른다. 1년전에는 나도 저렇게 정장을 입고 뭔가를 기대하고 왔었는데.. 1년이 지난 지금은 그냥 연구실에 있다. 남들이 보면 열심히 해서 갔다고 생각하겠지만 지금 돌이켜보건데 군대 전역하고 3년동안은 운이 너무 많이 따라줬던거 같다. 그냥 잠깐 내 이야기 좀 해보고자 한다. 재미로 잠깐 봐줬으면 좋겠다.
나는 남들보다 군대를 늦게 간 편이었다. 갔다오니까 3학년 2학기로 복학을 해야 했다. 남들은 한학기 휴학도 하고 여러가지 자유시간도 보내면서 알차게 보냈던거 같은데 나는 막상 고학년이 되니까 그냥 마음이 급해져서 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렇게 한학기 열심히 학교 다니다가 이맘때쯤 방학때 뭘할까 고민을 했던 거 같다.
제일 처음 생각해본게 회사에 인턴을 해보는 거였다. 이유는 그냥 남들이 하니까... 그냥 무작정 원서쓰고 준비했었다. 당연히 차근차근해도 모자를판에 그냥 무작정했으니 그냥 불합격처리가 되었다. 남들은 다 하는데 난 왜 안되지 하고 낙심하던 차에 마침 UNIST에서 겨울방학 인턴을 뽑았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UNIST에선 U- WURF와 U-SURF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한달동안 연구실 체험과 프로젝트 진행을 하게끔 해준다. 내가 지원했을때가 막 햇수로는 2년차로 접어들었으니까 지원하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나도 막상 겨울에 할게 없으니까 그런 경험이라도 해야지 하는 입장에서 그냥 갔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이때 UNIST에 갔던게 내 20대 인생에서 가장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이때 거기에 감으로써 연구실 체험도 해보고 내가 대학원을 가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순히 그것보다도 조금더 사연이 길다.
사실 그곳에 지원할때도 컴퓨터 쪽으로 지원하고 싶어서 1차지망을 컴퓨터 설계쪽으로 했었는데 막상 갔을때는 2차 지망이었던 회로설계 쪽으로 내려갔다. 사실 그때 그냥 분야를 고집했더라면 물론 그 분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을텐데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열심히 하겠다고 하고 그냥 2차지망에 머물렀다. 그런데 이때 지도해주신 교수님이 나중에 퀄컴 IT 투어 갔을때 추천서도 써주시고 도움을 많이 주셨다. 만약 2차지망을 가지 않고 1차지망으로 그냥 갔더라면, 나는 애초에 퀄컴 투어 가는것도 힘들었을 듯 하다. 이게 첫번째 운이었다.
두번째 운은 퀄컴 IT 투어 준비할때다. 지금 생각해봐도 내가 무슨깡으로 준비했나 싶을 정도로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웃긴건 애초에 갈 생각이 없었다(....) 그냥 학교 지나가다가 우연히 게시판에 설명회한다고 해서 뭐하는 곳일까 궁금해 갔던 게 참... 지금 보면 너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때 설명회 갔을 땐 아무생각도 없었는데 막상 가보니까 정말 거기에 온 사람들 다 가고싶어하고 열의가 있어보였다. 그때 그냥 나도 무심결에 나도 해볼까?하고 생각했던게 그냥 가게 된 이유였다. 그런데 사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설명회 갔던게 나한테 너무 크게 작용했던 건 이거였다. 그때 설명회에서 듣기론 퀄컴에서 일한 분들의 추천서를 받아오면 가점을 더 주겠다는 것이었다. 설마 내 주변에 퀄컴에서 일하신 교수님이 계실까 하고 학교 게시판을 열심히 뒤졌는데 안계시고... 낙심하고 있던 차에 문득 UNIST에 계신 교수님 생각이 났다. 참 어떻게 보면 너무 짧은 인연이었지만, 교수님께선 너무 혼쾌히 추천서도 써주시고 나한텐 너무 큰 힘이 되었다. 아마 내가 생각하기엔 내가 미국에 갈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교수님의 추천서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내가 2011년 초에 UNIST에 안 갔더라면 어떻게 됬을까? 만약 갔더라도 그냥 지원서대로 1지망을 고집했더라면 나는 퀄컴 투어에 갈 수 있었을까? 또 그 때 학교 복도에서 그 게시물을 보지 못했더라면 나는 그 설명회에 가지 않았을 것이고, 또 그런 추천서를 받을 생각도 하지 못했었을 것이다. 그냥 그때 운이 너무 크게 작용했다.
이것 말고도 또 있다. 2011년 7월에 symantec에서 공모전을 했었다. 운이 좋게도 2등을 했었고, 3등까지 주어지는 인턴 기회를 받을 수 있었다. 다만 일이 좀 늦어져서 2012년 여름에 하기로 계획을 했다. 그때 참 좋았다. 외국계 기업에서 인턴해보는 것도 어떻게 보면 내 커리어에서 큰 도움이 될텐데 그냥 너무 쉽게 그 기회를 얻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블로그에도 소개했던 것처럼 Microsoft Student Partner를 하고 그 활동의 일환으로 키넥트를 다루게 되었다. 그리고 그게 이 블로그를 운영하게 된 큰 이유였다. 지금도 생각해본다. 블로그에다가 내가 꾸준히 글을 쓰지 않고 뭔가 흐지부지 했더라면 나한테는 정말 남는게 아무것도 없었을거다. 그런데 그때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냥 남는 시간만 되면 그냥 무작정 해보고 글을 올렸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줬다. 그러면 활동 속에서 좋은 사람들도 만나면서 이매진 컵이나 창조 캠퍼스같은 공모전 활동도 할 수 있었다.또 잡지에 글도 써보고, 대학교에서 강사로도 서봤다. 그리고 그 활동을 바탕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도 인턴을 할 수 있던 기회가 생겼다. 그때가 딱 2012년 여름이었다. 앞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외국계회사에서 인턴을 하냐 아니면 KIST에서 인턴을 하냐를 두고 고민을 하게 됬다. 물론 대우도 잘 받고 뭔가 취업을 해볼 생각이었으면 시만텍에서 인턴을 했었을텐데.. 한참 고민해보고 그냥 KIST에서 인턴을 했다. 그곳에서도 좋은 분들이 많이 계시고 배려도 해주셔서 내면적으로 발전을 할 수 있었던 거 같다. 그리고 대학원 입시를 접하고 인턴이 끝나자마자 바로 석사과정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그냥 연구실에 앉아있다.
내가 MSP 활동하면서 키넥트를 다루지 않았더라면.. 애초에 이글을 쓸 공간도 없었을 것이고, 선택의 기회에서 다른 길을 택했더라면 내가 연구실에 앉아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본다. 짧은 3년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선택의 기회가 참 많았고, 그 와중에 운도 너무 많이 작용했다. 애초에 UNIST에 갔던게 나비효과 처럼 서울대에 갈 수 있었던 작은 계기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만약에 ... 했었더라면" 이라는 전제 조건을 붙이는 거 자체는 지금와서는 너무 무의미하긴 하다. 어차피 시간은 지나왔고, 현재는 현재일 뿐이다. 그런데 내 입장에서 보면 정말... 정말 아무것도 아닌 선택 하나에 무지막지한 운이 달라붙어서 지금까지 왔다.
그냥 지난 3년동안 뭐했는지 주저리주저리 써봤다. 막상 대학원 면접을 보던 입장에서 지금은 그걸 보고 있으니까 지금까지 뭘했었나 싶기도 하고... 뭔가 1년전과 현재와 미래의 모습이 살짝 대비되기도 하고.. 어쩌면 살짝은 불안과 기대가 들기도 한다. 그냥 시간은 지나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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